누리이름저장
   2014년  /  12월  
  123456
78910111213
14151617181920
21222324252627
28293031
 
 "졺"과 "졸음"

  '명사형'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 그것이 '명사'와는 다른 것임을 잠깐 언급한 바 있습니다. 명사는 언제나 명사로만 기능하는 온전한 하나의 품사임에 비하여, 명사형은 동사나 형용사, 또는 잡음씨(서술격 조사)가 그 본래의 품사적인 성격을 그대로 지닌 채 명사와 같은 기능을 하기 위하여 임시로 꼴을 바꾼 것입니다.
  그런데 명사와 명사형은 외형적인 모습이 똑같은 경우가 많습니다. "삶, 앎, 웃음, 맞춤, 걸음, 잠, 놀람, 바람" 들이 그런 보기입니다. 이런 것은 그 자체만으로 명사(파생 명사)인지 명사형인지 변별할 수가 없습니다. 다음 보기를 살펴봅니다.

    (1)㉠ 그의 검소한 삶은 이웃의 신뢰를 회복시켜 주었다.
        ㉡ 그는 검소하게 삶으로써 이웃의 신뢰를 회복하였다.
    (2)㉠ 민족 통일, 배달겨레에게 그 이상의 바람이 있을까?
        ㉡ 그 때만 해도 감나무에서 사과가 열리기를 바람은 허황된 꿈이었다.

  위 (1)의 ㉠과 ㉡에 대 같이 "삶"이 쓰였는데, ㉠의 그것은 명사이고 ㉡의 그것은 동사 '살-'의 명사형입니다. ㉠의 "삶"이 매김꼴(관형형) '검소한'의 수식을 받는 것은 그것이 명사이기 때문이며, ㉡의 "삶"이 어찌꼴(부사형) '검소하게'의 수식을 받는 것은 그것이 동사이기 때문입니다. (2) 역시 ㉠의 "바람"은 명사이며, ㉡의 그것은 동사 '바라-'의 명사형입니다. ㉡의 "바람"이 동사(타동사)인 것은 그 앞에 명사절 "그 때만 ~ 사과가 열리기를"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남입니다. 명사는 이러한 마디를 거느릴 수 없지요.
  한편, 어간이 [ㄹ]로 끝난 동사 중에는, 명사와 명사형을 이루는 방식이 다른 낱말도 있습니다. '갈-, 알-, 울-, 졸-' 들이 그 보기입니다. '바꾸다, 대신하다'를 뜻하는 '갈-'의 명사형은 "갊"이며, '갈-'에서 파생된 명사는 "갈음"입니다. '울-'의 명사형은 "욺"이지만, 이 동사에서 파생된 명사는 "울음"입니다. '졸-'의 명사형은 "졺"이고, 그 파생 명사는 "졸음"입니다. 다 같이 명사사형은 앞에서 말한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데 비하여, 이들의 파생 명사는 't-음' 형입니다.

    (3) ㉠ 그는 밀려오는 졸음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.
         ㉡ 회의 중에 졺은 그의 고칠 수 없는 습관이다.

  (3)에서 명사형 "졺"은 "조는 것"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명사 "졸음"은 그것이 불가능합니다. 이것도 명사형과 명사를 구별하고자 할 때에 하나의 착안점이 됩니다.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- 리 의도 교수의 "이야기 한글 맞춤법"(2004, 석필).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- 리 의도 교수는 춘천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이자 한글학회 이사입니다.